강원도는 힘이 있다

prologue 2019년 07월호 강원도는 힘이 있다 빛과소금

지난 5월 회사 MT로 강원도행이 계획되어 있었다. 늘 쫓기듯 사는 일상은 업무 시간을 쪼개어 떠나는 1박 2일의 시간조차 맘 편히 허락되지 않았다. 매일 “힘들다, 지쳤다, 전부 타버렸다, 떠나고 싶다…”고 하면서 정작 떠나려 하면 왜 그리 거치적거리는 게 많은지.
다 잊고 훌훌 떠나면 좋을 텐데….
4월에 강원도에서 일어난 대규모 산불로 강원도로 향하는 발걸음을 더욱 머뭇거리게 했다. 화마가 할퀸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는 곳에서 제대로 여가를 누릴 수 있을는지, 괜히 마음만 무거워져 돌아오는 건 아닌지, 구구소회로 날을 보내고만 있었다. 때마침 뉴스를 통해 흘러나온 “강원도가 썰렁합니다. 다들 오셔서 먹고 마시고 놀고 가십시오. 그래야 우리가 힘이 납니다”라는 호소는 우리를 자연스레 그곳으로 향하게 했다. 우리의 자취가 힘이 된다는데 일상의 흐트러짐 정도야 얼마든지 지불할 용의가 있지 않은가.
강원도로 떠나는 날, 새로 뚫린 고속도로는 강원도와의 거리를 성큼 좁혀 놓았다. 평일이라면 서울에서 속초까지 세 시간 이내로 주파가 가능하다. 고산준령을 뚫어 길을 내려다 보니 꽤나 많은 터널을 지나야 했다. 1만m가 넘는 인제양양터널을 포함해 터널이 예순 개 남짓 되었다. 책 좀 읽자 싶으면 터널이 연이어 나타나니 책을 폈다 접었다
폈다 접었다, 읽은 데 읽고 또 읽고…. 무리한 난개발의 흔적은 아닌지. 살던 거처를 황망히 잃은 나무와 산짐승은 또 얼마나 되려는지. 이런저런 상념에 빠지다 마지막이다 싶은 터널을 빠져나오니 눈앞에 딱 펼쳐진 설악산의 위용! 가슴이 뻥 뚫리는 것이 이런 느낌인가 싶었다. 뒤이어 다가선 울산바위의 거대한 병풍, 그 병풍을 뒤로하고 동편으로 달리니 푸르고 너른 바다가 끝없이 펼쳐진다. 순식간에 강원도가 전해 주는 힘을 받는다. 망설임 뒤에 떠난 강원도는 우리를 반가이 품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힘을 충전해 주었다.
빛과소금 7월호 이슈가 ‘강원도의 힘’으로 결정되면서 다시 강원도로 떠날 채비를 했다. 취재를 준비하는 중에 산불 재해 지역의 복구가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 중이라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전국에서 답지한 아낌없는 나눔과 간절한 중보기도의 힘이다. 강원도는 힘이 있지만, 그 강원도를 견디는 힘은 더 크고 높은 곳에서 비롯된 것임을 확인했다.


글 서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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