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가 될 것인가? 어른이 될 것인가?

prologue 2019년 06월호 꼰대가 될 것인가? 어른이 될 것인가? 빛과소금

고집스럽고, 남의 이야기를 듣지 않으며, 자기만 옳고 바르다고 생각하고, 조언이라는 이름으로 지적질을 일삼고, 상대를 번번히 낮잡는 사람을 두 글자로 하면? 한두 번 오답을 말할 수 있겠지만 몇 번 만에 곧 정답을 맞힐 수 있는 난이도 ‘하’ 정도의 문제다. 답은 ‘꼰대’.
언제부터 꼰대라는 바람직하지 못한 어감과 의미를 가진 단어가 공공연한 담론의 소재가 되었는지 알 수 없다. 이런 상황만은 피하고 싶었다는 것이 꼰대의 잣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나의 솔직한 심정이다. 그러나 피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담론이 되었다면 정면 돌파하여 깨부수려는 노력 정도는 하는 것이 일부 원인 제공자의 마땅한 도리지 싶다.
딸이 영화관 팝콘 코너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적이 있다. 배고픈 연극배우의 처지로 제 용돈이라도 벌어 보자고 시작한 일이었다. 그 일을 1년 남짓하면서 수백의 사람들을 접하고 스치고 했을 것이다. 그중 대부분의 사람은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 버렸고,
일부는… 그러니까 위에서 열거한 행태를 보인 ‘꼰대’들은 기억을 안 하려야 안 할 수 없는 것이다. 처음 몇 번은 그런 대접에 서러워하다가 점점 ‘아, 나는 이런 대접을 받는 처지구나’를 인정해 버리는 동시에 어른들에 대한 신뢰와 존경이 서서히 말라버린다.
처음엔 ‘저런 어른은 되지 말아야지’ 하다가 저도 모르게 그런 어른이 되어 가는 당연한 수순.
왜? 보고 배울 만한 본(本)이 없으니까.
그러다 딸은 어른을 만났다. 그 어른을 만나고 온 날 딸은 흥분과 감동을 숨기지 못하고 나에게 쏟아냈다.
“아빠 정도 되는 아저씨가 아이와 함께 팝콘을 사러 왔는데, 나한테 ‘선생님’이라고 했어. 그리고 아이한테도 ‘선생님, 고맙습니다라고 해야지’ 하는 거야. 처음에는 간지러웠는데, 곰곰 생각해 보니까 내가 엄청나게 귀한 사람이 된 거 같았어. 나도 저런 어른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
다행이다. 딸아이의 뇌리에 새겨진 어른이 반말하고, 카드 던지고, 신경질 내는 꼰대가 아니어서. 딸아이가 되고자 하는 미래가 미숙한 꼰대가 아닌 완숙한 어른의 모습이어서.
당신, 아니면 나. 단 한 명의 어른이라도 있다면 다음세대의 손을 잡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세대에게 어른의 바통을 넘겨줄 수 있다. 그렇다면 여러분의 선택은?
꼰대가 될 것인가? 어른이 될 것인가?


글 서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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