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배식 바하밥집 대표

issue 2019년 05월호 거리 배식 바하밥집 대표 김현일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배부를 것임이요”

굶주린 자들을 위해 거리에서 밥을 짓다

조용한 길거리에 간이 탁자가 펼쳐진다. 그 위로 큰 냄비와 밥솥이 올라온다. 주변에 모여 있던 행려가 하나둘 줄을 서기 시작한다. 이들의 식판에 몇 사람이 정성스럽게 음식을 담는다. 어느새 거리 위에 마련된 식탁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한 끼를 채운다. 식탁을 준비한 사람도, 식탁에 둘러앉은 사람도 모두 주리고, 목마르다. 단순히 물질이 부족해서일까.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돌파했다고 한다. 한국 사회가 그만큼 부자가 되었다는 의미다. 3만 달러 시대가 열렸지만, 우리는 여전히 가난하다고 느낀다. 특히, 노숙인이 늘어간다는 소식을 접할 때면 ‘빛 좋은 개살구’가 어떤 상황에서 사용되는지 확실히 다가온다. 더욱 이상한 일은 인구 중 기독교인은 증가했고, 대한민국 역사가 시작한 이래로 교회 수도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사회적 부가 늘고, 기독교인과 교회도 늘었는데 가난한 사람은 왜 줄지 않을까.
‘다른 사람을 위해 살아야 하겠다.’ 20여 년 전, 김현일 ‘바나바하우스밥집’(이하 바하밥집) 대표가 예수님을 믿고 가장 먼저 변한 부분이라고 한다. 예수님을 믿지 않았던 시절에는 한 번도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그저 내 행복과 가족만 잘 살피면 된다고 여겼다. 주변에 가난한 사람에 대해 마음을 두어야 할 이유를 느끼지도 못했다.
김 대표가 만난 주님은 이전까지의 삶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분의 말씀 모두가 너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성경을 처음 읽던 날을 잊지 못한다. 레위기 말씀은 충격 그 자체였다. ‘레위기 안에 담긴 경제와 법률이 지켜진다면 과연 어떤 세상이 될까.’ 신약에서 만난 예수의 말씀과 삶을 보자, 희년의 주인인 예수를 따르려면 당연히 남을 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20년간, 하나님이 주신 마음은 아직 변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하나님을 만나고 생긴 갈증은 나날이 커졌다. 하나님의 의가 바로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도행전에 나온 바나바 이야기가 그 마음을 증폭했다. 초대교회는 재산을 하나님 앞에 드려, 교인들과 나누었다. 교회에는 가난한 사람이 없었다. 위로의 아들이라 불리는 바나바 역시 재산을 모두 나누었다.
바나바 이야기는 김 대표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예수를 믿게 된 김 대표는 탈북 청소년들과 함께 지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집을 바나바하우스라고 불렀다. 이후 탈북 청소년만 아니라 노숙인, 정서적 장애가 있는 청년 등을 돌보기 위한 사역을 확장해 갔다. 이렇게 확장된 바하밥집은 현재 매주 화요일, 목요일, 토요일마다 소외된 이웃에게 따뜻한 밥상을 제공하고 있다.
김 대표는, 바하밥집이 제공하는 식탁이 단순한 한 끼가 아니기를 소망한다. 누구에게도 보호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바하밥집에서 인격적 관계를 회복하고, 삶이 새로워지기를 기대한다. ‘자활’, 인격이 총체적으로 회복하도록 돕고 싶다. 바하밥집이 자활을 돕고자 하는 이들은 어떤 의미에서 노숙 직전 단계에 있는 소외된 존재들이다. 김현일 대표의 설명을 들어 보자.
“노숙을 하는 이들을 떠올리면 아마도 서울역, 영등포역 등에서 지내는 분들이 생각날 겁니다. 이분들은 노숙의 가장 마지막 단계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약물이나 알코올 의존도가 큰 이들이기도 하고, 자활할 수 있는 가능성은 무척 낮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조현병, 정서적 장애가 있는 이들, 은둔형 외톨이 등은 돌봄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가족들도 버거울 수 있으니까요. 이들은 노숙으로 내몰릴 가장 고위험군이라는 의미입니다. 바하밥집은 현재 예방 차원에서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분들이 자활할 수 있도록 돕고 있고요.”
식탁을 잃은 사람들을 위해 인격적 연결이 있는 밥상을 준비한다. 돌봄에서 멀어져 노숙인이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의 자활을 돕는다. 이들을 위해 공동체가 이뤄지고, 함께 살아간다. 말로는 간단해 보이지만,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재정만 아니라 여러 상황, 사람이 함께해 주어야 이어갈 수 있는 사역이다. 김 대표는 힘든 순간을 이기게 하시는 하나님의 힘은 ‘동지들’이라고 고백한다.
“여러 어려움으로 인해 사역을 멈추어야 하는지 고민할 때가 없는 건 아닙니다. 이렇게 오래 할 수 있을 줄 몰랐고요. 그저 광야에서 버티는 시간이라고 여기는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다 그만두려고 마음먹으면, 하나님께서 꼭 새로운 동지를 붙여 주십니다. 그것도 20대 말, 30대 초반의 젊은 친구들을 말이지요. 1달, 1년 봉사하는 분도 있고, 10년 가까이 함께하는 분도 있습니다. 하나님의 역사는 이러한 분들이 채워가는 것 아닐까요?”
김 대표는 6월부터 시작하는 ‘가난하고 소외된 자를 위한 예배’에 참석해 달라고 부탁한다. 토요일마다 열리는 예배이지만, 기존 예배와 다른 방식을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예배를 통해 같은 마음을 품고, 바하밥집이 어떤 곳인지 함께 경험해 가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의에 주린 자를 통해 하나님께서 이 땅을 배부르게 하심을 체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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