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보다 아름답습니다

prologue 2019년 05월호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습니다 빛과소금

어느새 창밖 풍경이 달라졌습니다. 마르고 성기던 가지에 보드라운 꽃이 피어나고 푸른 잎들이 싱그럽게 솟아올랐습니다. 거리의 사람들은 색색의 옷으로 갈아입었습니다. 겨우내 죄다 누에마냥 감쌌던 검정색 껍질을 탈피하고 저마다 아름다운 날개를 달고 다시 태어났습니다. 걸음걸이마저 여유 있어 보입니다. 추위를 피해 종종거리던 걸음이 기분 좋은 바람과 향기에 걸맞은 우아한 몸짓으로 바뀌었습니다.
참 좋은 봄날입니다.
붉은 꽃은 10일을 넘기지 않는 법입니다. 그래서 거리로 나갔습니다.
짧고 찬란한 봄의 시간을 「빛과소금」에 담고 싶었습니다. 우리가 찾아간 봄의 거리는 눈부셨습니다. 이렇게나 아름다운 세상을 때마다 철마다 듬뿍 선물해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에 감격합니다. 그러나 그 거리에는 어여쁜 꽃과 푸르른 잎만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늘 보던 거리의 풍경 안에 그들이 있었습니다.
늘 가던 광화문 서점 앞 버스 정류장에 시인이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다니던 교회 근처 사거리에 구두 닦는 천사가 있었습니다.
취재 차 자주 오가던 강남 한복판에 희망을 전하는 빅판이 있었습니다.
꽃이 피었다 지고, 잎이 푸르다 붉다 땅에 떨어져도 그들은 그곳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계절이 변하고 바람이 달라지고 사람들의 옷차림이 바뀌어도, 변함없이 그들은 그 거리를 지킵니다. 사람들을 기다리고 소망을 바라며, 지금껏 그래 왔듯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그래서 봄 거리의 아름다운 풍경을 담기보다 그들의 이야기를 담기로 합니다.
어쩌면 꽃보다 아름다울 그들을 말입니다.
글 서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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