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선’ 하면, 사람 좋은 함박웃음이 먼저 떠오른다. 어떤 일에도 성내지 않고, 참아내며, 모든 것을 견디고, 한없이 품어 줄 것 같다. 엄마의 이미지다. 실제로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엄마는 엄마인데 조금 소녀 같은 엄마다. 쾌활하고 활기차며 좀 어수룩해 보이기까지 한다.
20대 초반 어린 나이에 방송 일에 뛰어들어 30년간 한 길만 걸었다. 그래서 잘하는 건 방송밖에 없다. 다른 길은 모른다. 30년간 앞만 보며 달려온 그녀가 옆을, 또 뒤를 돌아볼 기회를 얻었다. 막연하게 품었던 아프리카에 대한 마음을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에야 비로소 실행에 옮길 수 있게 된 것.
척박한 땅, 기린과 코끼리가 뛰놀 것만 같은 그곳에서 박미선은 하나님께서 오래전부터 그녀를 위해 계획하고 준비하신 사랑의 선물을 받았다.
아프리카에서 본 것, 느낀 감사, 받은 은혜를 그녀가 한껏 나누어주었다. 
취재 서진아 사진 정화영, 월드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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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황이 궁금합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늘 변함없이 잘 지내고 있어요. 얼마 전 월드비전, 그리고 희망TV SBS와 함께 아프리카에 다녀왔고요. 몸매 관리를 할 생각은 없었는데, 건강 관리를 위해 운동을 열심히 했더니 살이 자연스럽게 빠지더라고요. 일도 감사하며 즐겁게 하고 있어요. MC 일도, 연기도, 요새 많이 하는 홈쇼핑 일도 모두 재밌어요. 저는 일이 힘들거나 지겹다는 생각이 전혀 안 들고 재미있게 하는 편이에요. 옛날에는 돈 벌기 위해 일을 하기도 했는데, 요새는 재밌어서 해요.
또 아들이 수험생이라 학원 데려다 주고 데려오고, 시험 볼 때 따라다니고, 엄마 역할도 충실히 하고 있어요. 아들이 재수 중인데, 연기 공부를 하고 싶어 해요. 누나도 연극영화과에 다니고 있는데, 아무래도 엄마 아빠 DNA를 제대로 물려받은 거 같아요. 하하!
아이 입시를 위해 엄마로서 열심히 기도하고 있지만, 안 되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뭐든지 주님께서 원하시는 일이라면 길을 열어주실 테니까…. 그게 꼭 대학 진학이라고는 생각 안 해요. 
인생에서 중요한 건 얼마나 빨리 가느냐가 아니라 방향을 어디에 두느냐 같아요. 조금 늦게 출발하고 실패하고 더디게 가더라도, 그래서 다른 아이들이 다 치고 나가는 것 같아도, 과정을 즐기며 묵묵히 내 길을 가다 보면, 그 가운데 주님께서 원하시는 목표 지점이 있을 거예요. 그런 과정을 잘 밟아가는 아이들이 되라고 기도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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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생활은 언제부터 어떤 계기로 시작하셨나요?
저는 보광동에서 태어났어요. 어릴 때 한남동에 이슬람사원이 세워졌는데,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거기가 제 놀이터였어요. 초등학교 들어가면서 놀이터를 동네 교회로 옮겨 놀았어요. 옛날에는 갈 데도, 놀 데도 없어서 교회에서 주로 놀았죠. 다행히 놀이터를 잘 옮겨 간 것 같아요. 그리고 중고등학교를 미션스쿨에 다니게 되면서 신앙이 제대로 자리 잡히기 시작했어요.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만난 것도 고등학교 때예요. 그때가 첫사랑이라고 늘 말하는데, 공부도 친구도 뒷전이고 교회에 가는 게 가장 좋았어요. 교회 문학의 밤에 참가하고, 교회 소식지 만들고, 새벽기도 다니고, 기도원 다니고, 수련회 가서 하나님 뜨겁게 만나고…. 그런 일들이 모두 고등학교 때 일어났어요. 진짜 그때 어린아이와 같은 신앙생활을 했던 것 같아요.
당시에 뾰족하게 인생의 목표다 할 만한 게 없었는데, 연극영화과에 가는 길을 하나님께서 보여주셨어요. 저는 재능이 있었던 것도, 외모가 뛰어난 것도, 성격이 활발한 것도, 개인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거든요. 제가 길을 찾아 헤맬 때 예수님이 그 길을 보여주셨고, 그 길에 들어섰고, 지금의 저를 있게 했어요.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빛과소금」을 만나게 하신 거죠. 이 모든 것이 바로 주님께서 원하시는 길이 아니었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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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하고 멀어진 적은 없나요?
대학교 다닐 때 주일학교 선생님을 했기 때문에 MT에 가더라도 다음날 혼자 기차 타고 올라와서 꼭 교회에 갔어요. 고등학교 때부터 이어져서 대학 가서도 정말 열심히 신앙생활을 했어요. 그러다가 3학년 때 방송국 시험을 쳐서 4학년 때부터 활동을 시작했어요. 방송 활동을 하면서 어느 순간 교회를 안 나가게 되었어요. 예배를 한 번 빠지니까 자꾸 빠지게 되더라고요. 자꾸만 핑계를 대고…. 모든 게 처음이 어렵지 몇 번 하다 보면 습관이 되어 버리잖아요. 죄의 길에 서지 말라고 했는데, 저 같은 경우는 아예 주저앉아 버렸던 거죠.
한 번은 방송국 구석방에서 동료들과 아이디어 회의를 하고 있었어요. 그때 거기 들어올 분이 아닌데, 지나가던 PD 선생님이 우연히 그 방에 들어오셨어요. 그분이 그때 바로 신앙생활을 시작해서 굉장히 뜨거웠을 때였는데, 요한계시록 공부를 하고 계셨나 봐요. 우리한테 요한계시록에 대한 얘기를 막 하시는 거예요. 요한계시록이 신앙심이 좋은 분들에게는 엄청 은혜로운 말씀이지만, 믿음이 약하고 죄 짓는 사람한테는 무서운 말씀이기도 하잖아요. 그때 요한계시록에 대해 듣는데 덜컥 겁이 나는 거예요. 아이고, 내가 이러면 안 되겠구나 싶어 당장 교회에 갔죠. 방황의 시간이 길지는 않았고, 한 1년쯤? 감사하게도 하나님께서 크게 내치지 않으시고 바로 돌아오게 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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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에도 의젓하고 믿음직스러웠을 거 같아요. 장녀인가요?
장녀예요. 많이 장녀스럽죠? 전 그냥 안팎이 온전히 장녀예요. 하하. 21살에 방송에 데뷔했는데, 그때부터 가장이었어요. 결혼하고도 가장이었고…. 언제나 가장 역할을 했어야 했기 때문에 그런 느낌이 몸에 밴 것 같아요. 아버지께서 사업을 하시다가 혈압으로 쓰러지셔서 오랫동안 병석에 누워계셨어요. 누워계신 와중에도 코미디언처럼 웃기셨던 분이에요. 우리 집은 형편이 어려웠지만, 웃음이 끊이지 않는 집안이었어요. 저 역시 아버지를 닮아서 낙천적이고 걱정 근심을 오래 담아 두는 성격이 아니에요. 하나님 주신 축복 중에 하나죠. 오래 생각하지 않고, 잘 털어버리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하고….
그래도 정말 모든 걸 덜어내고 내려놓고 싶을 때는 새벽 예배 가서 기도하면서 울어요. 교회에서는 막 울어도 뭐라고 안하잖아요. 그런데 언젠가 담임목사님께서 그만 좀 울라고, 만날 울면 하나님도 힘들어하신다고, 울지 말고 기도하라고 하셔서 그때부터 조금 자제하고 있어요. 하하. 힘들고 괴로울 때만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기쁘고 좋을 때도 기도하려고 해요. 일상 속에서 읊조리듯이 기도하고, 생각날 때마다 기도하는 습관을 가지려고 훈련 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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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 모두 구원 받으셨나요?
친정엄마가 저 어릴 때 천부교를 잠깐 믿으셨던 거 같아요. 장롱 안에 주전자 같은 걸 넣어놓고 뭔가를 마시더라고요. 엄마가 좋은 걸 몰래 혼자 먹나 보다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까 박태선 교주가 발 씻은 물을 돈 주고 사서 먹었던 거예요. 그러거나 말거나 저 혼자 열심히 교회 다녔죠.
그러다가 아버지가 병상 세례를 받으시고 돌아가셨는데, 그때 화장을 안 하고 매장을 했어요. 근데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아버지 묘가 있는 산꼭대기까지 관을 들고 가지 못해 포크레인을 불러서 올라갔어요. 그 빗속에 저희 교인들이 찬송을 부르면서 끝까지 함께 있었어요. 그걸 보고 감동을 안 받을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그때부터 엄마부터 저희 가족 전체가 교회에 등록하고 신앙생활을 시작했어요. 가족을 위한 구원 기도 많이 하잖아요. 그런데 그게 내 뜻대로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하나님이 원하시는 때에 정말 순식간에 싹 바꾸시더라고요. 제 손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손을 빌어서요.
남편 이봉원 씨는 교회에 함께 다니면 결혼을 하겠다고 했더니 선뜻 그러겠다고 하더라고요. 온누리교회에서 하용조 목사님 기도 받고 새 신자로 등록하고 교회에 다녔어요. 이후 충신교회로 옮겼는데, 예배 시간에 계속 코 골고 자고, 예배 끝나면 나와서 담배 피고 그러더라고요. 그러더니 어느 날 더 이상 교회 다니면 벌 받아 죽을 것 같다고 하기에 그만 다니라고 했어요. 그 뒤로 지금까지 안 다니고 있어요.
신앙생활은 강요한다고 될 일이 아니잖아요. 그럼 가정에 분란만 일어나거든요. 굳이 그럴 게 뭐 있어요. 언젠가 돌아올 텐데. 그런데 한 가지 걱정되는 건 크게 혼나고 돌아올까 봐…. 혼나지 않고 빨리 돌아올 수 있도록 기도해야죠. 제가 기도할 수 있게끔 마지막으로 남겨두신 것 같아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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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선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를 갖나요?
사실 가족이 저의 전부였어요. 이제껏 열심히 살고 열심히 일한 건 모두 가족 때문이었거든요. 저희는 시부모님을 모시고 3대가 한 집에 살아요. 그래서 남편하고 집에서 마음 놓고 싸워본 적이 없어요. 겉으로 보기에는 부부간의 불화나 위기 같은 것 없이 평탄하게 살아온 것 같지만, 사실은 제대로 싸울 기회가 없었던 건지도 몰라요. 의견 충돌과 갈등 없는 부부가 어디 있겠어요. 그래도 부모님이 계시고, 아이들이 있기 때문에 큰 문제로 이어지지 않고 극복하며 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만큼 가족은 지금의 저를 있게 한 귀한 존재예요.
어려서부터 가장 역할을 해온 만큼 가족이 저의 전부가 될 수밖에 없었어요. 기도를 해도 우리 가족을 위한 기도가 거의 다였고요. 가족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살아왔어요. 그런데 이번에 아프리카에 다녀오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그동안 내가 얼마나 좁은 울타리에서 근시안적으로 사랑을 베풀어왔는지 조금은 깨닫게 되었어요. 내 울타리를 벗어나 바깥으로 눈을 돌려 가족의 범위를 조금 더 넓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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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비전트립이 삶에 큰 변화를 가져다주었군요.
아프리카를 간다는 것은 사실 굉장히 큰 결심을 해야 되는 일이더라고요. 가장 먼저 주사를 맞아야 된다는 것, 멀다는 것, 가서 불편하다는 것 등을 감수해야 해요. “과연 내가 아프리카에 가서 그곳 사람들을 만났을 때 가식 없이 진심으로 대하는 마음이 생길까?”부터 해서 별의별 걱정을 다했죠. 그리고는 왜 저를 그곳으로 보내시는지 깨닫게 해달라고 많이 기도했어요.
또 저로 인하여 많은 사람들이 영향을 받고 더 많은 후원자가 생기게 해달라고 기도했어요.
가서 보니까 불편하긴 했어요. 호텔이라고 데려갔는데, 전기도 안 들어오고 더운 물도 안 나오는 곳이었어요. 거의 씻지를 못했어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가 먹는 문제, 자는 문제 같은 데에 좀 까다로운 편이거든요. 그래서 가기 전부터 아프리카 아이들을 만질 수나 있을까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하셨어요. 그런데 저도 모르게 아이에게 손이 갔어요. 너무나 극한 상황에 놓여 있는 아이를 보면서 내가 걱정했던 것이 하잘 것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거예요. 회개 많이 했어요. 우리는 사사로운 걸로 망설이고 걱정하지만, 그 아이들은 한 가지 문제밖에 없어요. 먹어야 한다는 거.
한 끼를 해결해야 하는 근본적인 문제 앞에서 다른 고민은 그저 사치일 뿐이죠.
그렇게 절박하고 말도 안 되게 어려운 곳에 사는 아이들의 눈빛이 천사 같아서 또 한 번 놀랐어요. 자기들도 배가 고픈데 참고, 먹을 것을 아껴두었다가 동생들을 먹이는 모습에 오히려 제가 사랑을 배우고 예수님의 모습을 발견하고 왔어요. 주님께서 가장 낮은 자에게 하는 것이 나에게 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듯이, 그곳에는 작은 예수가 정말 많았어요. 봉사를 하러 갔다가 도리어 너무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온 거죠. 여러분들도 기회가 되면 꼭 가서 보셨으면 좋겠어요. 아프리카는 가난하고 척박한 곳이 아니라 사랑이 넘치는 곳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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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이 방송 일을 시작한 지 30년 되는 해라고 들었는데, 감회가 어떠신가요?
뮤지컬 빼고 거의 다 해본 것 같아요. 연극도 하고, MC, 노래, 드라마, 시트콤, 영화….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어요. 30년이라는 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겠어요. 10년도 안 된 것 같아요. 데뷔한 게 바로 엊그제 같아요. 30년이나 지났지만 뭐를 했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 세세한 것까지 다 기억나요.
시간이 이렇게 빨리 지나갔다는 건 그만큼 제가 열심히 살았다는 거겠죠. 사람이 어떤 일이든지 10년 하면 고수가 된다고 하잖아요. 저는 30년이나 됐으니까 방송 일은 눈 감고도 할 수 있어요. 제일 잘할 수 있는 게 방송 일이죠. 그 외에는 사실 허당이에요. 세상도 잘 모르고, 사기도 잘 당하고 좀 어리바리해요. 방송 일이 아니었으면 지금 무얼 하고 있을지 상상도 안 가요. 30년을 하루같이 새롭고 재밌게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도록 허락해 주신 주님께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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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개인적으로, 신앙적으로 계획하는 일이 있으시다면.
월드비전 도와서 아프리카 쪽 일을 계속할 수 있으면 좋겠고요. 내년에 기회가 되면 교회에서 가는 비전트립이나 단기 선교에도 참가하고 싶어요. 부흥회나 교회에서 연예인 간증 집회를 많이 원하시는데, 그동안 거절을 해왔어요. 기회가 되면 여럿이 함께 기획해서 제대로 된 프로그램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기존의 천편일률적인 간증 스타일을 벗어나 새롭고 신선한 프로그램을 기획해서 간증 집회에 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렇게 모은 사례금은 선교헌금으로 유익하게 사용하면 좋겠고요. 또 방송 쪽으로는 내년이 데뷔 30주년이라 개인적으로 토크 콘서트를 해보고 싶어요. 가수들이 기념 콘서트나 리사이틀을 하는 것처럼요.
그동안 저는 저를 위한 기도를 많이 했어요. 내가 원하는 것, 내가 이루고 싶은 것, 나에게 유익이 되는 것을 위해 주로 기도했었는데, 이제는 주님께서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어떤 길로 가기를 원하시는지, 푯대를 정하라 하셨는데 그 푯대를 어디에 꽂아야 되는지 귀를 열어서 주님 말씀을 듣고자 노력하려고 해요. 사실 그게 뭔지 모르겠어서 아프리카를 갔다 온 거거든요. 그걸 보여주신다면 열심히 기도하고, 가라고 하시는 대로 갈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