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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언어는 다르게, 내용은 고스란히
전문번역가 홍종락 | 2018년 10월호
  • ‘전문번역가’란,
    전문번역가는 특정 언어로 된 텍스트를 다른 언어로 옮기는 일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문학, 영상, 전문서적 등 자신의 전문분야에서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번역 일을 수행하며, 자신이 한 번역물이 곧 경력이 된다. 대부분 프리랜서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

     

    전문번역가 홍종락
    <C.S 루이스의 순전한 기독교 전기>, <오독>, <신을 죽이려는 사람들>,
    <루터와 이발사>, <유다>, <메시지 구약 시가서> 외 다수 번역

     

    Q. 20년 가까이 전문번역가로 살아오셨는데 처음 이 길로 들어서던 때를 기억하시나요?
    물론요. 저는 처음부터 번역에 관심이 있었지만 길을 좀 돌아왔어요. 출판사도 아니고 번역하시는 분께 다짜고짜 *C.S. 루이스의 <고통의 문제>라는 책을 번역해서 보여드렸는데 반응이 영 신통치 않더라고요. 이 길이 아닌가 싶어 접어두고 다른 일을 전전하던 중 C.S. 루이스가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소개되었죠. 몇 년 전에 던져 둔 원고가 생각나 이번에는 출판사에 연락을 했어요. 그리고 테스트를 거쳐 난생 처음으로 책을 하나 맡게 됐죠. 첫 책이다 보니 전체 내용은 보지 못하고 한 문장 한 문장을 번역하는 데에만 치중하는 바람에 출판사에서 고생을 많이 했어요. 빨간 줄로 가득한 피드백 메일에 출판 담당자의 스트레스가 고스란히 묻어났죠. 2주를 A/S(?)하고 나서야 상당히 부드러워진 메일을 받을 수 있었어요. 비록 힘은 들었지만 원서가 책으로 나오기까지의 재미를 잊지 못해 지금도 이 길을 걷고 있어요.
    *C.S. 루이스 : 기독교 영성가. 기독교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나니아 연대기>를 비롯한 수많은 책을 썼다.

     

    Q. 지금까지 C.S. 루이스 관련 도서는 물론 소설, 시, 경제학, 철학 등 굉장히 다양한 장르의 책들을 번역하셨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번역 자체가 배움의 기회이기 때문에 스스로 제한하고 싶지 않았어요. 번역은 말하자면 돈 받고 하는 공부거든요. 보통은 좋아하는 분야의 지식만 편식하기 쉽잖아요. 하지만 한번 번역을 맡으면 아무리 어려운 내용도, 관심분야가 달라도, 저와 생각이 달라도 그것을 글자 하나하나까지 고스란히 이해하고 전달해야 하죠. 그러니 관련 분야의 책을 찾아보며 지식을 쌓는 것은 기본이고, 여러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을 경청하는 태도도 길러지죠. 물론 신앙의 양심상 도저히 안 되겠다 해서 거절한 책도 있지만, 그렇지 않는 한 최대한 다양한 작품을 폭넓게 접하려고 노력해요.

     

    Q.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요?
    아무래도 최근에 한 책이 기억에 남죠. 지나가면 다 잊어버리거든요. 최근에 일정을 착각하는 바람에 다른 일정 다 제쳐두고 짧은 시간 안에 번역 작업을 했던 작품이 생각나네요. 보통 일 년 스케줄을 미리 짜고, 일정에 따라 다른 일을 사이사이에 끼워 넣으며 조정해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여러 작품을 동시에 번역하게 되죠. 번역의뢰가 들어와도 일정에 따라 받고 거절하고를 잘 해야 하는데 한번은 제가 착각하는 바람에 소화하기 힘든 일정으로 작품을 맡게 된 거예요. 하지만 약속한 건데 어떡해요. 기한을 맞춰야죠. 두 달 치 분량을 한 달 반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열심히 달렸어요. <본향으로의 여정>이라는 책인데요. 그래도 내용이 재미있고 그동안 C.S. 루이스의 책을 많이 번역해 본 덕분에 배경지식이 갖춰져 있어서 기한 내에 마칠 수 있었지만, 이렇게 일정이 한번 엉키면 정말 힘들어요. 그래도 책이 잘 나와서 다행이에요.

     

    Q. 선생님을 이렇게 오랜 시간 전문번역가로 있게 한 동력은 무엇인가요?
    너무 어려우면 포기할 텐데 조금만 애를 쓰고 조금만 머리를 쓰면 되니까 이 일을 끝내 못 놓고 계속하게 되는 것 같아요. 덕분에 머리가 많이 빠졌죠(웃음). 사실 처음 번역을 시작했을 때는 번역 일을 오래 할수록 일도 수월해질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아니더라고요. 오히려 눈이 높아져서 예전이라면 그냥 넘어갔을 부분도 다시 한 번 짚고 넘어가게 되거든요.

     

    Q. 그 대신 오랜 시간 이 길을 걸으며 선생님만의 노하우들이 쌓였을 텐데요.
    저는 누구한테 배우면서 시작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저만의 프로세스를 하나하나 만들어 왔어요. 처음에는 한 번 번역하면 또 보기 싫어서 바로 출판사에 넘기곤 했어요. 그러면 어김없이 빨간 줄 가득한 피드백을 받았죠. 그러다 한번은 정말 어려운 책을 만난 거예요. 도저히 한 번 보는 것만으로는 안 되겠더라고요. 그래서 번역이 완료된 것을 뽑아서 다시 고치고 수정한 것을 다시 뽑아서 아내에게 피드백을 받아 또다시 수정하고. 그렇게 기본 세 번을 본 후에 출판사에 넘겼어요. 그랬더니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처음 번역을 출판사에 넘기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려도 피드백을 받고 조율하는 시간은 훨씬 절약되었고 결과물도 더 좋았거든요. 또 이전에는 한 번만 보고 넘겼기 때문에 초고 때부터 완벽해야 된다는 스트레스가 심했는데 이제는 그 부담도 덜었죠. 여러 번 체를 쳐서 걸러낼 테니까요.

     

    Q. 전문번역가로서 특별히 하시는 자기개발법이 있다면요?
    저는 기본적으로 여러 분야의 책을 편식하지 않고 잡다하게 읽어요. ‘얇지만 넓게 알기’가 제 목표거든요. 모든 분야를 세세하게 꿰고 있을 수는 없지만 큰 흐름을 알고 있으면 아무래도 다양한 장르의 책을 번역하는 데 큰 자산이 되죠. 또 한 가지는 제가 아무래도 영어를 번역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문장이 번역투가 되곤 해요. 그러면 아무래도 한국어와 다른 낯선 표현 때문에 전달력이 떨어질 수 있거든요.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이 쓴 유려한 한국어 문장들을 많이 접하며 상투적이지 않은 생생한 문장을 쓰려고 노력하죠.

     

    Q. 마지막으로 크리스천으로서 어떤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시는지 말씀해 주세요.

    “내가 이 일에 적임자인가?” 늘 제게 이런 질문을 던져요. 저보다 능력 있는 사람이 이 일을 대신했다면 원서 내용이 훨씬 더 잘 전달됐을지도 모르는데, 이 길을 오래 걸었다는 이유로 ‘자리 차지’만 하고 있으면 안 되는 거잖아요. 이것은 모든 사람이 두려워해야 할 질문이고, 모든 일에 임하는 자세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이 일을 하고 싶어 했고, 하나님께서는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어요. 기회를 허락하신 것에 부끄럽지 않게 해야겠다는 다짐을 항상 해요. 또, 먼저 이 길에 들어선 선배로서 이 길을 가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돕고 싶은 마음도 늘 있어요. 그래서 이 길로 들어서고 싶은 후배들에게 이 길이 맞는지 확인할 기회, 관련 인맥을 제공할 기회를 주기 위한 번역대회도 열심히 도우며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답니다.

     

    취재 | 김지혜 기자 · 사진 | 정화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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