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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뇌의 신비를 탐구하는 사람
뇌과학 연구원 양에스더 | 2018년 08월호
  • ‘뇌과학 연구원’이란,
    인간의 뇌를 연구하여 유전자의 법칙을 알아내는 것뿐만 아니라, 뇌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행동 및 질병 등의 발생 원인 등을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연구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연구를 통해 얻은 결과들은 의학, 과학, 문화 등 다양한 곳에 응용될 수 있는 기초 자료가 된다.

     

    뇌과학 연구원 양에스더
    고려대학교 해부학교실 연구원

     

     

    Q. 인간의 뇌를 연구한다는 것이 무척 흥미롭게 느껴지는데요. ‘뇌과학’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연구하는 학문인지 설명해 주시겠어요?
    뇌과학은 두뇌의 구조와 기능은 물론이고 뇌에 연결되어 있는 신경계까지를 모두 연구하는 생명과학분야예요. 정서적인 것(감정, 정서, 기분 등)과 인지적인 것(이해, 기억, 추리 등)은 뇌의 어느 부분에서 관할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반응하는지를 실험을 통해 밝혀내는 것이죠. 제가 속한 연구실에서는 요즘 우울증을 관할하는 유전자가 뇌의 어떤 회로를 지나가는지 밝혀내는 연구를 맡고 있어요. 외과, 내과와는 다르게 정서적이거나 인지적인 부분들은 눈으로 현상과 원인을 파악할 수 없지만, 저희는 뇌를 통해서 그것을 볼 수 있죠. 뇌를 통해서 마음을 관찰한달까요?

     

    Q. 사람의 뇌를 어떤 방식으로 연구할 수 있는 건가요?
    뇌 연구는 사람이 아닌 실험용 쥐를 이용해요. 실험용 쥐에 특정한 유전자를 억제시킨 다음 행동을 관찰하고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 살펴보는 방식이죠. 이 하나의 실험 과정만 5-7년 정도가 걸려요. 또 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저희 연구팀 안에서도 책임 교수님을 비롯해서 수많은 연구자들이 각자의 파트를 실험하고 있죠. 그런데 그 실험이 뇌과학 연구의 끝이 아니에요. 왜냐하면 하나의 이론이 완성되고 실생활에 활용되기까지는 엄청난 단계들이 필요한데, 제가 맡은 실험은 그 엄청난 과정 중 하나의 단계에 불과하거든요. 그 전과 후에도 엄청난 작업들이 진행돼요. 예를 들어, 우울증에 관한 연구를 한다면 우울증 환자의 MRI를 촬영하시는 분들부터 그 부분의 유전자를 컴퓨터로 분석하는 연구자들, 연구 목적에 맞게 동물 모델을 만들고 질병에 대한 특징이 나타나는지 보기 위해 행동실험을 하시는 분들, 실험에 필요한 기계와 프로그램을 만드시는 분들, 결과를 계산하는 수학자들, 실제 사람에게 임상실험을 하는 임상학자들, 실험에 쓰이는 약품과 화학작용을 연구하는 화학자들, 그것을 실제 약품으로 만들어내는 약학자들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에 참여하고 있죠.

     

    Q. 그 많은 단계에서 조금이라도 실수가 있으면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겠네요?
    맞아요. 제가 맡은 실험 결과들이 다음 연구와 과정들을 위한 기초 데이터가 되기 때문에 실험할 때는 모든 과정에 실수가 없도록 신중해야 하고,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욕심 부리지 말고 정직하게 임해야 하죠. 또 의뢰한 사람들이 기대했던 연구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해도 제가 실험한 과정과 결과에 대해서 담대하게 설명해야 하고요. 그래서 항상 기도할 수밖에 없는 일인 것 같아요. 실험한 것이 차질 없이 결과로 나오도록 기도해야 하고, 데이터가 나왔을 때 분석할 수 있는 지혜와 사람들을 대할 때의 지혜가 필요하거든요. 

     

    Q. 집중해서 실험을 하고 또 노심초사하면서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연구원의 일상이겠네요. 뇌연구에 푹 빠져있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일 것 같아요.
    약간 덕후 기질이 있어야 해요. 하나의 결과를 발견하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깊이 파고들어야 하니까요. 또 연구실에 있으면 밤낮의 개념이 없어질 정도로 연구에 매달려야 해요. 결과가 밤늦게 나와도 바로 다음 과정에 들어가야 하고, 결과가 나왔는데 실패했다면 다시 시도해야죠. 실험환경을 바꿔보기도 하면서요. 가끔은 새벽에 들어가서 잠깐 눈을 붙였다가도 저희 연구팀의 책임 교수님께서 밤새 연구하신 결과를 메일로 보내시면 바로 일어나서 확인하고 답장을 보내기도 하죠. 이런 것들은 정말 좋아서 하는 게 아니면 오랫동안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머리가 복잡하거나 생각이 많아질 때 현미경을 몇 시간씩 들여다보고 있으면 머릿속이 정화가 되곤 하는데, 이 정도면 제가 봐도 정말 뇌 덕후인 것 같아요. 피곤하고 힘들긴 하지만 그만큼 매력이 있기 때문에 이곳을 떠날 수 없죠.  

     

    Q. 연구원님은 이 분야에서 어떤 사명을 가지고 계세요? 이렇게 뇌연구만을 생각하면서 달려오실 수 있는 힘은 어디에 있나요?
    뇌과학을 연구하기 전까지 ‘미숙아망막병증’(망막혈관이 완성되기 전에 출산된 미숙아에서 망막혈관 이상이 발생하는 질환)이라는 질환을 연구하는 팀에 있었어요. 그때 담당 교수님은 제가 연구하는 게 힘들어서 포기하려고 할 때마다 미숙아로 태어난 아이를 보게 해주셨어요. 그러면 또 한참을 울고 나와서는 정신을 차리고 연구하고 했죠. 그때는 그 아이들을 위해 연구하는 것이 제 사명인 줄만 알았어요. 그런데 6년 동안 마음을 다해 연구하던 그곳에서 저의 다음 목표를 위해 지금의 자리로 옮기게 됐어요. 처음에는 뇌 자체가 너무 광범위하고 공부할 것도 많은 데다가 새로운 연구팀에 적응하는 것까지 모든 게 힘들더라고요. 그런데 지나고 보니 그 과정들이 하나님의 트레이닝이더라고요. 사실 저는 누구에게 지기 싫어하고 욕심도 많은 성격이거든요. 어릴 때부터 하나님을 믿긴 했지만 하나님을 간절히 붙잡는 사람도 아니었고요. 그런데 이 분야에 들어와서 많은 연구자들과 결과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또 도움을 받기도 하면서 제가 움켜쥐려고 하는 만큼 잃는다는 걸 배우게 됐어요. 하나님은 그렇게 저의 모난 부분을 다듬어 가시더라고요. 그래서 이제는 제 목표를 생각하기보다 모든 과정과 결과를 하나님께 맡기고 저를 이끌어 가시는 하나님을 기대하게 돼요.

     

    Q. 개인적인 변화도 있겠지만, 하나님이 이 분야에서 연구원님을 통해 이루실 일이 저희도 기대되네요.
    돌아보니 지금까지 무엇 하나 헛된 시간이 없었어요. 힘들기만 한 시간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하나님께서 제 마인드는 물론이고 필요한 기술, 필요한 사람을 세팅하시는 과정이었죠.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분명 이 자리에서 할 일이 있기 때문에 저를 이곳에 보내셨겠죠. 그저 주어진 시간에 하나님의 사람으로 최선을 다하는 게 제 역할인 것 같아요.

     

    취재 | 한경진 기자 · 사진 | 최연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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