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하기

솔로몬 왕은 제단 앞에서 하늘을 향하여 손을 펴고 기도한다. 제단이란 어떤 곳인가? 거룩하고 신실하신 여호와 하나님 앞에 죽었다 깨어나도 나아갈 수 없는 사람이, 제단 위에 뿌려진 동물의 피로써 대신 입은 거룩과 신실로 간신히 설 수 있는 곳이 제단이었다. 이 앞에서 하늘을 향하여 손을 펴고 기도한다는 모양 자체가 여호와 하나님의 은혜만을 바라는 솔로몬의 중심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구체적인 기도의 내용을 올리기에 앞서 기도자가 가장 먼저 생각하고 마음을 모아야 할 곳은 어디인지, 오늘 솔로몬 왕의 기도를 들으면서 다시 확인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여호와 하나님이 누구이신가, 그 분 앞에서 나는 누구인가 하는 것이다. 솔로몬에게 있어서 여호와 하나님은 본문에도 수 차례 반복되듯이, ‘주의 종 내 아버지 다윗의 하나님’ 이시다 (24절, 25절, 26절). 여호와 하나님은 다윗 왕에게 나단의 신탁 즉 영원히 변치 않을 은혜 언약을 아래와 같이 선언하셨었다. 솔로몬이 기도했던 것처럼, 솔로몬 후대의 왕들은 모두 이 은혜 언약 아래에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불순종한 죄악이 간과되는 것은 절대로 아니었다. 열왕기에서 앞으로 이어지는 왕들의 기록을 살펴보면, 남 유다의 왕들은 솔로몬이 기도했던 대로 그들의 조상 다윗의 길로 행하였느냐의 여부로써 그가 여호와 하나님께 정직하게 행했는지 아닌 지를 심판 받게 된다. 또 북 이스라엘의 왕들은 그 반대급부로 금송아지를 만든 느밧의 아들 여로보암의 죄에서 그가 떠났느냐 아니냐의 여부로 심판 받게 되는 것을 보게 된다. 다윗의 남은 자들을 은혜 언약 안에서 보호하고 유지하시는 하나님의 역사는 변함없이 신실하게 이어지지만, 이스라엘과 유다의 불순종으로 각각의 왕들은 사람의 매와 인생의 채찍으로 징계받고 심판 아래에 놓이며, 여호와 하나님께선 끝까지 이런 방식으로 이스라엘을 다루신다는 점을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삼하7:14-16]. 나는 그에게 아버지가 되고 그는 내게 아들이 되리니 그가 만일 죄를 범하면 내가 사람의 매와 인생의 채찍으로 징계하려니와 내가 네 앞에서 물러나게 한 사울에게서 내 은총을 빼앗은 것처럼 그에게서 빼앗지는 아니하리라 네 집과 네 나라가 내 앞에서 영원히 보전되고 네 왕위가 영원히 견고하리라 

솔로몬은 똑똑하게도 이 은혜 언약을 여호와 하나님께 상기시키면서 하나님의 말씀대로 다윗의 뒤를 이은 나 솔로몬이 여호와의 성전을 건축하였고 지금 이 언약을 떠올리며 기도드리고 있음을 말씀한다. 여호와 하나님이 누구이신지, 자기 아버지 다윗에게 어떤 맥락에서 어떤 말씀을 주셨고 다윗의 집과 어떤 확실한 언약을 맺으셨는지에 관한 지식이 있었기 때문에, 즉 여호와 하나님 앞에서 지금 자신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핵심이 무엇인지 잘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기도를 드릴 수 있었던 것이다 (22절~26절). 

적용하기

하늘과 하늘의 하늘이라도 담지 못할 창조주 여호와 하나님께서 솔로몬 자신이 지은 성전에 매이신 다는 것은, 사실 이성적 논리로는 전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27절). 하나님과 이스라엘은 아무리 잘 봐줘도 도저히 격이 맞지 않는 상대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이 성전을 짓도록 허락하시고 마침내 그것을 이루시며 지금 구름으로 이스라엘 가운데 임재하시는 등, 사람이 손으로 지은 이 성전에 기꺼이 매이고자 하신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단 한 가지, 즉 자기 백성 이스라엘을 향한 변함없으신 관심과 사랑이 있으셨기 때문이라는 의미가 된다. 비록 하나님 앞에서 하나 거룩하지도 신실하지도 않은 삶을 출애굽 이 후에 줄곧 이어 왔던 이스라엘이라 하더라도, 바로 그 이스라엘에게 먼저 다가와 은혜를 베풀고자 하시는 다함 없는 하나님의 의지 때문인 것이었다. 

솔로몬 왕은 이 점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기에, 오직 여호와 하나님의 은혜에만 의지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 성전에서 드려지는 모든 기도와 간구에 여호와 하나님께서 귀를 기울여 주시지 않는다면 성전 건축도, 그 안에서 드려지는 제사와 봉헌도 모두 의미 없는 노역이 되리라는 점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던 솔로몬는, 비록 앞으로도 하나님의 기준으로 보아서는 결코 신실하지 않을 이스라엘일 테지만, 자신의 죄악과 불순종을 깨닫고 이 성전에서 기도와 간구를 드릴 때 여호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의 죄를 사하여 주시고 기도에 응답해 주시기를 간절히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28절~30절). 

정말 그렇다. 내가 하나님의 말씀대로 모든 계명을 신실하고 흠 없이 완전하게 100% 순종했다면, 그에 대한 보상을 당당히 요청하기 위한 일 외에 하나님 아버지 앞에 나아와 기도할 일이 대체 뭐가 있겠는가? 그리고 만약 여호와 하나님께서 그런 기계적인 신이라면,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사는 사람에게 하나님은 사실 상 필요 없는 존재가 되고 만다. 그는 그냥 인격적이신 하나님을 자기 원칙이라는 틀로 전락시켜버린 것에 불과하게 되고 만다. 그런 이에겐 어떠한 신앙의 경험적 신비와 아름다움도, 하나님 아버지의 사랑과 은혜에 관한 말씀들도, 점점 다 능력 없는 루저들의 개수작이 되고 말 것이다. 

그러므로 솔로몬 왕이 그랬듯이, 내가 하나님 아버지께 기도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아버지의 은혜 가운데 있음을 인정하는 가장 중요한 행위이다. 나는 잘 할 수도 있고 못할 수도 있다. 나는 잘 날 수도 있고 못 날 수도 있다. 나는 아플 수도 있고 건강할 수도 있다. 나는 잘 살 수도 있고 못 살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어떠한 현실적 상황과 형편에 처하든지 그것이 100% ‘나’ 에 기인한 것이 아닌 이상, 그리고 자기 아들을 나 때문에 죽이기까지 사랑하시는 영원하신 아버지의 은혜로운 계획과 전적인 섭리 안에 있음을 아는 이상, 결국 날마다 최선을 다하여 준비하고 일하면서도 기도할 수 밖에 없다는 역설이 성립 되지 않겠는가?

기도하기

아버지, 오늘도 저와 함께 해 주세요. 당신은 나의 생명이십니다.